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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트뤼도'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12-05 13:45



사려 깊지 못한 젊은이 같은 이미지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국내 행사장이 아니고 해외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 국민들의 심려가 더욱 크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이웃 나라 대통령을 조롱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70주년을 맞아 축하 행사와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런던에서 3일 저녁 트뤼도는 맥주잔을 들고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었다.

 

연방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등이 둘러 선 자리에 있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험담을 하게 됐는데, 이 장면이 주최측 대표 취재 카메라에 잡혔고, 그들의 대화 내용이 CC(Candid Camera,녹음녹화용 소형 카메라)에 담겨 26초간의 화면이 그대로 공개돼 크게 화제가 됐다.

 

험담의 요지는 이렇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프랑스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물었다. "그게 당신이 늦은 이유인가?" 이때 트뤼도가 끼어들어 말했다. "그가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40분간이나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했다. (그래서 그와 나의 회담도 늦어졌고 마크롱도 늦게 됐다.)"

 

트뤼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를 놀리는 말을 이어 붙였다. "그의 팀들은 (그의 예정에 없는 발표에 놀라) 턱들이 빠져 바닥에 다 떨어졌다."

 

이들의 대화에서 트럼프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트럼프임을 누구나 알았다. 그리고 그의 팀이란 보좌진을 말한다.


트뤼도는 벼르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핵심은 피한 채 예정에 없던 발표에 관해 "내년 초 G7 정상회담을 그가 미국 대통령 개인 휴가지인 켐프 데이비드에서 열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트럼프의 반응(화가 난 모습)에도 호기심이 컸다. 트럼프는 그런 그들에게 "Two-faced"(두 얼굴을 보이는)란 표현을 쓰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퀘백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도 트뤼도가 미국 관세 정책을 비판하자 "Dishonest and weak"(부정직하고 허약한)라고 트뤼도를 혹평했었다.


그는 "나는 그를 나이스 가이라고 봤다. 그러나 진실은, 그에게 (캐나다도 GDP의) 2%를 내라고 하자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등 뒤에서의 조크를 햇다고 본다.)"라고 험담 배경을 해석했다.

 

엊그제 총선에서 패배, 와신상담하고 있는 캐나다 야당들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승자의 실수다.


앤드류 쉬어 보수당 대표는 "캐나다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외교관계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그의 잘못된 판단력, 부족한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세계 무대에서의 위치를 약화시켰다"고 때렸다.


자그밋 싱 NDP 대표는 총선 당시 폭로됐던 트뤼도의 인종차별 흑인 분장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그는 원래 대중 앞에서 하는 말과 밀실에서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이라며 '두 얼굴' 낙인에 공감을 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4일 트위터에 트뤼도의 흑인 분장 사진을 올려놓고 "우리 아버지가 말한 그의 두 얼굴은 진짜 맞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탄핵 조사에 따른 조기 귀국을 이유로 예정돼 있던 폐막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외신은 이것이 트뤼도 주연의 조크 비디오에 던지는 그의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정치인과 외교관은 거짓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인이다. 트뤼도는 캐나다 국민을 위해 나이보다 더 노련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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